(서울=연합뉴스) 이대호 기자 = 여자부 IBK기업은행 지휘봉을 잡은 뒤, '호랑이 감독'으로 유명한 김호철(69) 감독은 많이 부드러워졌다는 이야기를 듣는다.
그러나 경기 중 선수가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하면 어김없이 불호령이 터진다.
명세터 출신인 김 감독의 호통을 가장 많이 들은 선수는 IBK기업은행 세터 김하경일 것이다.
성실한 선수라며 유난히 김하경을 아끼는 김 감독은 필요할 때면 이른바 '호통 채찍'도 꺼낸다.
그런 김 감독은 1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전에서 세트 점수 3-1로 승리한 뒤 김하경 칭찬으로 기 살리기에 나섰다.
올해 아시아쿼터 선수인 천신통이 주전 세터로 자리 잡은 가운데 김하경은 이날 시즌 처음으로 선발로 출전했다.
그리고 차분하게 경기를 운영하며 팀 승리와 함께 4연패 탈출에 앞장섰다.
김 감독은 "하경이가 첫 세트는 환상적으로 토스해서 오늘 쉽게 가겠다 싶었는데, 가면 갈수록 부담이 있었던 것 같다"면서도 "오늘 경기는 잘했다"고 칭찬했다.
IBK기업은행은 2023-2024시즌 태국 출신 폰푼 게드파르드(등록명 폰푼)이 주전 세터로 활약한 데 이어, 이번 시즌은 중국 출신 천신통이 주전으로 공을 배분한다.
김 감독은 "국내 선수들은 소통이 잘 되니까 편했을 것이다. 천신통과 경기하면 경기 중 원하는 게 있더라도 소통이 빨리 안 돼서 답답한 것도 있었다"고 말했다.
김 감독은 3세트 도중 작전 타임에 김하경을 따로 불러 한참을 대화했다.
당시 상황에 대해 그는 "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다. 오늘은 뭐라고 안 할 테니까 감독 눈 자꾸 쳐다보지 말라고 했다"면서 "세터가 틀에 매달리면 창의적인 토스가 안 나온다. 쳐다보지 말라고 했는데도 경기 중간에 자꾸 손 흔들어서 하지 말라고 했다"며 웃었다.
김 감독은 인터뷰 도중 한참 기록지를 살펴보다가 빅토리아 댄착(등록명 빅토리아·26점), 이주아(12점), 육서영, 최정민, 황민경(이상 11점) 등 5명이 고루 두 자릿수 점수를 낸 것을 확인했다.
김 감독은 목욕하다가 부력 법칙을 발견하고 '유레카'를 외친 아르키메데스처럼 "다섯 명이 두 자리 득점이다. 김하경이 환상적으로 배분했다"라고 외치고 인터뷰를 마쳤다.